2018 Grammy Surprises 5 | 스피커 sp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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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Grammy Surprises 5

1월 28일 열리는 제 60회 그래미 어워드의 관전 포인트 다섯 개. 지금 그래미는 변화를 준비 중이다.


#1 압도적 제이-지

제60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 명단의 스타는 단연 제이-지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무려 8개 부분에 등장하는 제이-지의 이름을 보고 있자면 약간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언제부터’ 그래미가 제이-지를 이토록 좋아했었나? 이제껏 그래미는 제이지를 외면해온 쪽에 가깝지 않았나? 실제로 제이지가올해의 앨범후보에 지명된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때문에 한편으로는 작년의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2017 그래미 어워드에서 비욘세의 <Lemonade>를 제치고 <25>로 올해의 앨범 상을 거머쥔 아델이 “정말 감사하지만 이 상을 받을 수 없다. 비욘세는 내 음악 인생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라고 말하며 트로피를 시원하게 반으로 쪼개 버렸던 그 사건 말이다.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다 수상 후보가 된 제이-지가 실제로 몇 개의 트로피를 가져갈지는 확신할 수 없다.하지만 분명한 건 제이-지가 이 시대 가장 위대한 래퍼 중 하나라는 것, 작년의 앨범 <4:44> 역시 찬사를 받아 마땅한 수작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비욘세의 얼굴이 아른거린다는 사실이다.

#2 사라진 에드 시런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제이-지와 맞먹는 놀라움을 안겨준 스타로는 에드 시런을 꼽을 수 있다.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가 2017년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전 세계 메가 히트를 기록한 데다 제 58회 그래미에서 이미 ‘Thinking Out Loud’로 올해의 노래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그의 노미네이트를 예상하고 있던 상황. 하지만 그래미 어워드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후보 리스트 어디에서도 에드 시런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하나 후보에 오른 베스트 솔로 퍼포먼스 부문에서의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정도? 세계 최고의 팝스타가 ‘겨우’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3 ‘Despacito’의 의미

그래미는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 중 하나다. 잘 알려진 대로 록과 컨트리, 팝 위주의 백인 음악 장르를 선호해왔다. 힙합이나 EDM조차도 수상이 어려운 막힌 시상식에서, 스페인어의 비중이 높은 라틴팝 ‘Despacito’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부분에 이름을 올리다니! 그동안 다른 문화권의 노래를 후보에 올리는 것 조차 극도로 꺼려했던 그래미의 전통을 뒤엎는 충격적이고도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Despacito’는 빌보드 16주 1위,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44억뷰를 자랑하는 월드와이드 메가 히트곡 아닌가. 수상 또한 자연스럽다.

#4 BIG4

제이-지, 켄드릭 라마, 브루노 마스,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 사실 이번 그래미 어워드 최고의 관전 포인트는 이 네 뮤지션의 대결 구도다. 제이-지가 8개, 켄드릭 라마가 7개, 브루노 마스가 6개, 차일디시 감비노가 5개 부분의 후보로 올라 결국 누가 몇 개의 트로피를 가져갈지 관심이 뜨겁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뮤지션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올해의 앨범 부분이다.
언제나 힙합보다는 팝을 편애해 온 그래미의 관행으로만 보자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브루노 마스다. 팝 앨범 <24K Magic>으로 무려 2백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데다 각종 음악 저널의 평가를 모아 평균을 내는 메타크리틱 점수 역시 70점으로 꽤 준수한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서전에 가까운 묵직한 앨범을 발매한 제이-지나 2017 최고의 싱글 중 하나인 ‘Redbone’이 수록된 앨범 <Awaken, My Love!>의 차일디시 감비노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그래미의 취향을 제쳐둔다면 올해의 앨범 상에 가장 어울리는 후보는 역시 켄드릭 라마다. 그의 앨범 <Damn>은 2017년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앨범임과 동시에 평단의 압도적 호평을 받은, 즉 대중성과 작품성을 완벽하게 갖춘 2017년의 마스터피스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Damn>이 그랬듯 모든 매체에서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 꼽혔던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에 밀려 올해의 음반을 수상하지 못했던 제58회 그래미에서의 사건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이제는 켄드릭 라마가 받을 때도 됐다. 아니, 받아야만 한다.

#5 그래미의 변신  

지난 59회 그래미 어워드의 수식어는 ‘화이트 그래미’였다. 아델의 트로피 퍼포먼스는 물론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 프랭크 오션 등은 그래미 어워드 자체를 보이콧 했을 정도로 ‘흑인 뮤지션을 대표하지 못하는 시상식’이라는 논란이 거셌다. 오명을 의식한 건지, 갑자기 세상에 이토록 훌륭한 유색인종 뮤지션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지 모르겠지만 2018 그래미 노미네이트 리스트는 파격적이다.
대상과 신인상을 포함한 그래미의 주요 4개 본상 후보 중 흑인이 80%를 차지하며 백인은 단 세 사람, 올해의 앨범 부분의 로드(Lorde)와 올해의 노래 부분의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로직(Logic) 뿐이다. (하물며 로직은 그래미에서 유독 소외 받았던 장르인 힙합 뮤지션이다.) 장르적으로 봐도 그동안의 고집, 그러니까 컨트리 뮤직은 잠시 내려놓고 힙합, R&B, 일렉트로닉 팝을 우선시 했다. 물론 후보 명단만 발표된 상태인 지금은 그래미의 변화를 확신할 수 없다. 과연 그래미가 복고적인 취향을 버리고 동시대적 뮤직 어워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1월 28일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