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카츠의 작품을 실제로 마주한다면 누구든 어쩔 수 없이 그가 창조한 아름다움에 시선이 빼앗기기 마련이다. 현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롯데뮤지엄(Lotte Museum of Art)에서는 알렉스 카츠식 아름다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 <Alex Katz, Models & Dancers :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개최되고 있다.
알렉스 카츠는 태어나고 살아 온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해 ‘굉장히 사적인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람들로 가득한 복잡한 대도시지만 동시에 ‘어떠한 사람도 대문을 두드리지 않고, 초대받지 않은 채로 집 앞에 등장하지 않는’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알렉스 카츠의 초상화는 이러한 사적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상적 인물들의 사적인 순간들을 주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대형 캔버스 속 공간감을 제거한 단색의 배경화면 위에 크롭된 인물들을 배치하는 특유의 ‘카츠 스타일’로 작업된 작품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에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만들며, 내러티브의 배제는 오히려 대상의 본질적 아름다움에 관해 고찰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9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각적이고 패셔너블한 작품들을 창조해내는 알렉스 카츠가 가장 최근 작업한 CK 시리즈와 코카콜라 시리즈가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우연히 TV화면에 나오던 캘빈클라인의 광고를 보고 영감 받아 작업한 CK 시리즈, 붉은색 배경에 수영복 모델이 인쇄된 광고 포스터를 본 후의 느낌을 표현한 코카콜라 시리즈는 “패션은 현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패션적 요소가 포함된 예술 작품은 현재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그의 말처럼 패션과 아트 사이의 경계를 오간다.
알렉스 카츠의 작품 세계는 평면 회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통의 조각들이 공간의 부피감과 형태감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윤곽을 따라 잘라낸 평면적 조각을 3차원의 공간에 위치시킴으로써 회화를 조각으로 전환시키는 ‘컷 아웃(Cut-out)’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업의 기초가 되는 드로잉 작품, 원근감을 제거하고 색면의 조합으로만 자연의 모습을 담아 낸 풍경화, 매력적인 색감과 러프한 터치로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 평생의 뮤즈였던 아내 아다(Ada)와 함께한 인터뷰 등 그의 예술 세계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매개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보통의 사람, 보편적인 패션, 일상적인 풍경 등 모든 현재적 요소들을 우아하고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으로 완성해 낸 알렉스 카츠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전시는 7월 2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