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철은 디자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실험 중이다. ‘차인철’이라는 이름으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모인 예측 불가능한 그룹 ‘TTC(Thirty Three Company)’의 일원이기도 하다. 첫 번째 프로젝트 카페 ’33 아파트먼트’를 성공적으로 오픈했고 현재 두 번째 프로젝트로 제품 디자인을 계획하고 있다. “창작물을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즐기는 사람에서 나아가 문화의 생산자가 되고 싶어요.” 일러스트부터 공간 구성까지 끊임없이 분야를 확장시켜 온 차인철의 또 다른 가능성.
일러스트와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브랜딩, 인테리어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 중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 학생 때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에 취미로 업데이트했던 아카이브를 보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연락을 해왔고 다양한 일들을 하다 보니 4~5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 역시 일을 하면서 독학으로 익혔다. 편집, 타이포그래피, 비례 같은 것들을 공부하면서 로고나 출판물, 결국 브랜드 디자인까지 뻗어나간 거다.
한 인터뷰에서 리빙 제품을 그래픽과 접목시키는 프로젝트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계획 또한 추진 중인가?
예전에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플랫폼을 만든 상태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4명의 친구로 구성된 ‘TTC(Thirty Three Company)’라는 그룹이 있다. ‘TTC’의 첫 번째 활동이 카페 ’33 아파트먼트’ 였고 지금 두 번째로 계획 중인 게 제품이다. 패션, 리빙 등 분야를 막론하고 한 번에 한 가지 아이템씩 만들 생각이다.
어떤 제품을 구상 중인가?
직접 사기엔 아깝지만 선물로 주면 유용할 만한 물건, 이를테면 가글 같은 것. 간편한 알약 형태 일수도 있고 향부터 색깔, 패키지까지 직접 제품을 구상 중이다. 작은 아이템부터 차근차근 제작해서 추후엔 브랜드 MD 상품까지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하게 로고 박아서 내놓는 MD 상품 말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들로 말이다.
전체적인 작업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SNS나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습관적으로 본다.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나 목적을 두지 않고 그냥 눈에 자꾸만 걸리게끔 일상으로 만든다. 영화, 음악, 여타의 문화생활 다 좋지만 사실 가장 큰 원동력은 규칙적인 생활 패턴에서 나오는 것 같다. 평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평균을 유지하기 위해 컨디션 조절에 무척 신경 쓰는 편이다. 아무리 늦어도 새벽 1-2시에는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며,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정신과 몸 모두 건강해야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작업도 잘 된다.
당신의 경쟁력이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모든 디자인을 개인 작업처럼 하는 것. 작은 부분까지도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신경 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통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중간중간 작업을 캡처해서 PC 카톡으로 클라이언트와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럴 때도 표지를 따로 제작해서 PDF로 보낸다. 그런 성의가 결국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울리는 것 아닐까? 비결에 이름을 붙이자면 ‘울림 디자인 by 인철’ 정도? (웃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최근 변화한 것이 있다면?
마음가짐이 좀 변했다. 예전엔 인터뷰나 촬영도 작업과 관련한 일이 아니면 정중히 거절했는데 요즘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로서의 활동 역시 내 캐릭터인데 굳이 밀어낼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경험을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당신의 삶이나 모습을 비주얼화 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일단 각진 건 없고 초록색도 좀 들어가고…. 아마도 채도가 높은 진한 파스텔 톤의 둥글둥글하고 말랑말랑한 물체들이 잔뜩 있을 것 같다.
Photo by Jooyoung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