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zeroshin(가제로신)’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신가영. 가제로신의 작품의 가벼운 붓 터치와 가느다란 선들은 어딘가 어둡지만,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현실 속에서의 우울과 불안을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신가영은 어쩌면 누구보다 굳건한 사람이며 아마 많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까닭일까? 신가영만의 독보적인 일러스트와 감성이 담긴 문장은 수많은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녀는 핸드폰 케이스, 키링 등의 작은 굿즈부터 의류 제품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godashin(고다신)’도 함께 운영 중이다. 신가영만이 할 수 있는, ‘신가영 장르’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신가영과 ‘가제로신’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울과 불안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캐릭터로 ‘가제로신’을 만들었고, 신가영은 이러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지만 명랑함과 밝은 이미지가 더 강한 사람이다. 예전에는 구분을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불안을 가진 사람이 발랄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가제로신이 곧 신가영이다.
‘가제로신’이라는 작가명을 사용하게 된 계기와 의미는?
단순하게 신가영의 가영을 이용했다. ‘영’을 ‘제로’라고 표기함으로써 가제로가 되었다. 성은 뒤에 붙이는 게 멋있어서 가제로신이 되었고 누군가에겐 신(God)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
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만화는 영화처럼, 일러스트는 화보 느낌이 나길 바란다. 인물을 상상하고 세트장, 카메라 감독의 시선, 스타일리스트의 터치를 생각하며 작업을 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처럼 보이게끔 표현하는 편이다.
작업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작업은 꽤 오래 걸리는 편이다. 상상에는 한계가 있으니 원하는 무드의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 특히 스케치에 들어가면 수정이 어려우니 콘티 작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일러스트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화보의 현장 필름이나 인물의 표정을 주로 많이 검색한 후 콘티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한다. 콘티만 끝내면 이후 작업은 빠르게 진행된다.
작업하면서 자신의 브랜드 ‘고다신’도 함께 운영 중이다. 브랜드와 병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배송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작업시간이 부족하다. 내년 안으로 만화가로 데뷔할 계획이라 조금씩 작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24년에는 고다신의 휴식기를 가지려고 한다.
작업할 때 가장 유념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실제 인물이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하려다 보니 표정을 묘사할 때 힘을 많이 준다. 내 목표는 내 만화가 영화화되는 것이다. 생동감에 힘을 주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작가님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익히 알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고양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작품에도 많이 반영되는지 궁금하다.
나랑 비슷하다. 애교부리고 싶을 때 고양이 배방구를 하면서 엄청 귀찮게 구는 타입인데, 반대로 고양이들도 그렇다. 작업하고 있거나 일을 할 때 책상에 올라와서 헤드 번팅을 한다. 어찌나 센지 고개가 흔들린다. 내 우울증 치료 과정에 ‘신나’와 ‘밧드’가 있었고 가족처럼 의지하고 사랑하는 존재다. 안정감을 주는 동물로 인식이 되어버려 외로운 캐릭터에게 주로 고양이를 그려주는 것 같다.
그림 외에 관심을 가지는 분야나 다른 취미생활이 있나?
요즘엔 브이로그를 찍으려고 캠코더를 들고 다닌다. 자연 사진을 찍는 것에 꽂혀 카메라도 샀다. 젊은 날의 방황과 매일매일 바뀌는 생각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연기도 해보고 싶어졌다. 학원을 등록할지 고민 중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억에 남았던 프로젝트는?
어뮤즈와 함께한 프로젝트가 정말 재밌었다. 진정한 크루로 인정을 해주고 응원을 받으며 즐겁게 소통하며 작업한 기억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잘 이끌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지 처음 알게 되었다. 한 번 더 하고 싶은 브랜드를 꼽으라면 당연 어뮤즈다.
주목하고 있거나 영향을 받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BTS 정국. 많은 명예와 부를 가졌음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 중 ‘나 혼자 어디까지 무대를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싶다.’ 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10년 차 가수도 저런 마인드로 삶을 대하는데 과연 나는 얼마나 큰 노력을 했을까 의문이 들며 열심히 살아갈 동기가 생겼다.
앞으로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휴식기에 접어들기에 앞서 새로운 귀여운 캐릭터 키링이 나온다. 12월까지 잘 마무리하고 1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인간 신가영을 위해 쓸 예정이다. 햇수로 9년 차로 브랜드 운영을 하느라 제대로 임하지 못했던 작가의 시간을 다시 되돌리려 한다. 만화를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이 좋으면 나는 그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내년에는 정말 많은 만화를 보여주고 싶다.
Photo by Seongwoo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