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은 스스로를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남들에겐 관심이 없어요. 나한테만 관심 있죠.” 지금 그가 하는 일들, 그러니까 모델, 패션 디자인, 음악에선 박성진이 명확히 보인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진출해 ‘모델스닷컴이 선정한 세계 모델 27위’ 같은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고 철저하게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콘셉트로 스포츠웨어 브랜드 ‘실렌시온’을 시작했다. ‘고어텍스(Goretexx)’라는 랩 네임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에서 역시 억지나 가식 같은 건 없다. 그는 TV나 인터넷 너머로 본 허상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실재를 표현해낸다. 이제껏 증명해왔던, 군더더기 없으나 강렬하고 직설적인 스타일 그대로 말이다.
모델로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했다고 들었다.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둥글게 얘기하는 건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 누군가 스타일링, 사진, 음악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봐 무조건 좋다고만 말하면 장기적으로는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 않나. 냉정한 피드백을 수용할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는 법이다. 난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문화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면 나쁜 사람처럼 보여도 상관없다.
원칙주의자인가?
처음 기준선을 잡으면 최대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상은 물론 모델, 디자인, 음악 모든 부분에서 내가 세운 원칙대로 살려고 한다. 이 방식이 맞는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사적인 자리에서 일 얘기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건 모델 일에 그만큼 미쳐 있지 않다는 뜻이라면서.
패션이든 음악이든 TV나 인터넷으로 대충 배우고 아는 척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싫어할 뿐이다. 게다가 모델 같은 경우는 절박하다거나 미쳐 있으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지 않나? 여타의 취미나 문화를 일에 투영시킬 때 멋진 일이다. 인스타그램에 일했던 사진 하나하나 포스팅하면서 일상에서도 모델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 모델이란 직업은 이미 내 삶의 일부분이고 당연히 사랑하는 일 중 하나지만 영원히 패션모델로만 커리어를 끝낼 생각도 없다.
이미 2015년부터 또 다른 커리어인 스포츠 웨어 브랜드 실렌시온을 전개 중이다. 지금은 어떤 단계인가?
단순하게 내가 입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 사실 패션 디자인은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 앨범 준비할 때는 천천히, 여유롭게 진행하려고 한다.
래퍼로서 몸담고 있는 레이블 ‘저스트 뮤직’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당분간 블랙넛과 유닛 활동을 하면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R&B 요소들을 가미한 러브송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사실 대놓고 러브송도 아니고 오히려 기존의 사랑 노래를 조롱하는 뉘앙스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옛날 음악들의 디테일을 요즘 음악에 녹이고 싶었다.
어떤 음악들을 말하는 건가?
실크, SWV 같은 뉴잭스윙이나 상업적 R&B의 시초였던 베이비페이스의 음악들. 뿐만 아니라 스탠 게츠, 스모키 로빈슨처럼 아저씨들이 들을 법한 옛날 노래들을 많이 듣는다. 힙합은 TI로 시작해서 구찌 메인, 퓨처 등의 트랩을 즐겨 듣고. 음악 편식이 좀 심한 편이다. 록은 아예 안 듣는다. 비틀스 같은 클래식조차 한 곡을 다 들어본 적이 없다.
래퍼에겐 각자의 무기 같은 게 있다. 펀치라인 킹이라거나 캐릭터가 독보적이라거나 가사 전달력이 좋다거나. 당신의 경우엔 어떤가?
펀치라인을 미국에서는 ‘바(Bar)’라고 표현한다. “He got bars”라고 하면 놀라운 라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내 노래의 유튜브 피드백을 보면 이런 식으로 한국보단 외국 리스너들이 반응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 데뷔 앨범인 저스트 뮤직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 효과]에서 처음으로 작곡한 ‘실키보이즈’가 가장 잘 된 걸 보면 거북하지 않게 야한 가사를 쓰거나 곡을 디자인하는 능력도 괜찮은 것 같다.
모델이나 디자인, 음악 외에 어떤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나?
주로 복싱을 한다. 잡생각이 사라지는 게 하고 나면 리셋되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헨즈 같은 클럽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한다. 사실 휴일이 별로 없다. 쉰다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타입도 아니고.
당신의 삶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내용일까?
이거 스포일러 아닌가?(웃음) 진짜 내 영화를 만드는 게 꿈 중 하나인데.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분명 시시한 얘기는 아닐 거다.
Photo by Youngsang C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