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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윤

PARK HYE YUN

박혜윤은 그림과 사진, 사람과 물건, 음식과 자연을 종이로 표현하는 페이퍼 아티스트다.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던 그녀는 평면적인 그림에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는느낌을 받았고, 입체적인 표현방법을 찾다가 페이퍼 아트라는 생경한 영역에 도전하게 됐다. 그녀의 페이퍼 워크 작품은 마치 실제와 같은 정교함과 밝고 긍정적인 그녀의 감성으로 가득 차있다. 가구, 음식, 꽃 등 일상에서 발견하는 모든 것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만든 그녀의 작품은 지루한 일상을 조금 더 생기 있고 즐거운 순간으로 기억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혹시 오늘 하루 우울한 일이 있었다면, 아티스트 박혜윤의 작품을 들여다보자.

 

페이퍼 아트가 아직 생소한 이들을 위해 하는 작업에 관해 간단히 설명을 해준다면?

쉽게 말하면 그림을 종이로 표현하는 거다. 일러스트가 쓰이는 모든 분야에 종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처음에 시작할 때 페이퍼 아트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김영만 선생님 제자로 들어가냐는 말을 많이 했다. 물론 종이접기도 페이퍼 아트가 될 수 있지만, 더 넓은 영역으로 봐줬으면 한다.

어떻게 페이퍼 아트에 도전하게 되었나?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팝업디자인 하는 선배를 따라 크리스마스 팝업 카드 제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종이로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구조가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더라. 졸업 후에 페이퍼 아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무턱대고 시작을 했는데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해외 사이트를 보면서 혼자 습득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페이퍼 아트라는 영역은 다른 예술 영역에 비해 생각을 구현하는 데에 수학적 지식이나 노동량이 꽤 많이 들어갈 것 같다.

맞다. 보통 건축처럼 스케일을 공부한다고 하는데 나는 보통 감으로 작업을 한다. 내가 느꼈던 걸 최대한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서다. 감으로 사이즈를 축소하고 키우기 때문에 노동량과 시간을 훨씬 많이 쏟아야 한다. CAD나 3D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훨씬 쉽게 전개도를 뽑을 수 있지만, 내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용하지 않는다.

어쨌든 기술자가 아니라 아티스트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택한 방식인 건가?

그렇다. 손맛을 더하고 싶은 거다.

작품에 손맛을 더하고 싶다는 말처럼 사람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박혜윤의 작업실.

페이퍼 아트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어렸을 때부터 물감을 쓰더라도 수채화보다는 포스터 컬러, 그리고 색이 꽉 채워지는 느낌을 좋아했다. 그래서 페이퍼 아트를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내가 아날로그 적인 걸 선호하는 편이다. 컴퓨터 보다 연필을 좋아하고, 칼질도 좋아한다. 특히 종이를 칼로 자를 때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다. 듣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페이퍼 아트 클래스를 하는데, 수강하는 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왔는데 여기서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좋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게 페이퍼 아트의 매력인 것 같다.

일종의 라이브로 듣는 ASMR인 건가?

그렇다. 그래서 작업 영상을 올릴 때도 BGM 없이 종이나 연필소리만 많이 들리게 한다. 심지어는 친구들이 자기 전에 듣겠다며 영상 파일을 보내 달라고 할 때도 있다.

작업 영상도 직접 만들어 올리고 있다. 영상작업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심지어 모델, 감독, 연출, 편집을 다 한다고 들었는데?

온라인 클래스를 오픈하면서 일종의 티저 영상을 만든 게 처음이었다. 전문가에게 맡길까 고민했는데, 내가 직접 해보고 알아야 남한테 맡길 수 있는 성격이기 때문에 일단 먼저 시도해봤다. 페이퍼 아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으로 편집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배웠다.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더라. 페이퍼 아트 작업은 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상에서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기 있어 보여 새로웠다. 전문가처럼 퀄리티 높은 것은 아니어도, 심신안정용 영상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창문에 작은 카메라를 붙여놓고 작업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한다.

 

여러 작업 중에 음식시리즈로 주목을 받았다. 평소 음식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가?

음식을 먹는 것과 만드는 것 모두 좋아한다. 나중에 해보고 싶은 컨텐츠도 미식과 관련이 있다. 스무 살 때까지 어촌마을에 살면서 매일 바닷가에서 좋은 것을 많이 먹고 살았는데, 서울에 와보니 그게 엄청 귀한 음식이더라. 그리고 주변 작업자들을 보니 제철음식을 챙겨먹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고 끼니를 때우는 수준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음식을 통한 건강한 라이프를 소개해주는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음식 관련 작업물은 계속해서 만들 것 같다.

음식시리즈를 보면 오이소박이의 고춧가루 색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한다든지, 고기의 마블링을 표현하는 것처럼 굉장히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디테일한 걸 중요시하기도 하고, 작업을 할 때 되도록 쉽게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도 하다. 작업을 하다 보면 형태를 꼬불꼬불한 걸 일자로 펴서 할 수도, 곡선을 직선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한 결과물은 꼭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하게 되더라. 그래서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하려고 하고, 그게 나에게 맞는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들기 전 철저한 자료 수집과 구상을 하는 그녀의 작업노트.
작업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 일부.

 

작품에 어떤 의미를 담는 편인가?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한 번씩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릴 때부터 내 그림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거나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작품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따뜻함을 담고 싶다.

페이퍼 아트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한계가 없어서다. 얼마든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종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영역까지 표현해보고 싶다. 지금은 작은 소품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페이퍼 아트가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 될 수도, 공공시설의 부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나 아티스트도 있을까?

버킷리스트처럼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나 아티스트를 적어둔다. 그 중 하나가 에르메스다. 해외에서는 어떤 스튜디오가 협업을 통해 에르메스 쇼윈도를 꾸민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컬러를 좋아하기도 해서 언젠간 나도 도산공원의 쇼룸을 페이퍼 아트로 꾸며보고 싶다. 그리고 아티스트는 아이유. 감성적이면서 그녀만의 색이 확실한데, 이를 내 스타일대로 표현해보고 싶다.

그녀의 차분하고 따뜻한 성격을 느낄 수 있는 소품들. 티와 티팟,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 그리고 기분좋은 향이 늘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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