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이민진의 그림은 밝은 기운을 내뿜는다. 그녀는 부드러운 색감과 곡선으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리기 시작하고 여러 번 덧칠해가며 입체감과 생동감을 더한다. 그림에 그녀의 생각과 삶이 투영되어 자유롭게 그려 나가며 명확한 작업물을 만들어 간다. 그녀가 과슈라는 재료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주제를 하나씩 골라 나만의 것으로 해석해보며 끊임없는 도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나는 나대로 나만의 것을 계속 만들어 가봅니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림 속에 자신의 정체성과 평온, 낭만을 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학부에서 실내 디자인을 공부할 때에도 도면을 그리는 수업을 가장 재미있게 느낄 정도로 디자인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 당시,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 비통의 협업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 일러스트의 매력에 빠져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유학가게 된 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뉴욕 시절의 작업을 보면 원색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현재 작업은 따뜻한 색감이 주를 이룬다.
낯선 타국 생활의 혼란스러웠던 감정과 원색을 통해 한국적인 미를 담으려는 의도가 섞여 직설적이고 강한 컬러를 많이 사용했다. 반면, 현재는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으며 마음의 안정과 차분함이 생겨 부드러운 컬러를 자연스레 사용하게 되었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나를 울고 웃게 하는 딸과의 관계. 내 그림 속에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데 나와 딸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품을 보는 관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자매나 친구 사이로 보기도 한다. (웃음)
결혼 후 캄보디아 생활을 하였다. 그 시절을 돌아본다면?
어린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개척하듯 살아야 하는 환경이었다. 육아로 몸과 마음은 지치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던 시기에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이젠 정말 새롭게 시작해도 되겠다!’ 라는 마음이 들게끔 해주는 소중한 시기였다.
캄보디아 생활 중 2020년 그림 그리기 콘테스트에 뽑히며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레 네레이드(Les Nèrèides)와 협업을 시작으로 꾸준히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나 브랜드가 있다면?
학생 때부터 꿈꿔오고 있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의 스카프 일러스트는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웃음)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매일 한두 가지라도 하며 소소하게 보내는 것이 작가이자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림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주얼리를 좋아하여 젬스톤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또, 스무 살부터 베이킹에 빠져 여행 다니며 모은 베이킹 도구들이 주방 한 켠에 가득하다. 나만의 레시피를 블로그에 공유하기도 한다.
자신의 그림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살갑지 못한 성격이지만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삶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떠한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진다. 의지와 행동력에 관한 이야기다. 뚜렷한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것.
Photo by Seongwoong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