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제주도는 트렌디한 사람이, 문화가 휩쓸었다 빠져 나갔다를 반복하며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 급격한 변화 속에 어떤 것은 좋았고, 어떤 것은 나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언제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 그리고 언젠가는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제주서퍼걸’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김하정에게 제주는 조금 다른 의미다. 그녀에게 제주는 이미 살아왔던 곳이다.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자, 지금의 김하정을 있게 만들어 준 삶의 터전이며, 아끼고 보존해야 할 자연인 것이다. 바닷가에서 서핑을 하고, 쓰레기를 주우며 자연과 살을 붙이고 살던 제주서퍼걸 김하정은 이제 조금 더 큰 세상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자신의 영향력으로 사람들의 인식과 생활 방식을 바꾸고, 그 작은 변화가 모여 자연과 공생하는 삶이라는 큰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무뚝뚝하지만 친절하고, 살갑지 않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제주 토박이의 진심이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김하정, 자연과 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제주서퍼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서핑을 하게 된 계기는?
지인의 소개로 제주도에서 서핑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바로 접해본 후 계속하게 되었다.
서핑의 매력은 무엇인가?
서핑은 모든 사람의 성향에 잘 맞는 스포츠는 아니지만 일단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어떤식으로든 그 사람의 삶을 바꾸게 될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그야말로 제주토박이인데, 그런 당신에게 제주도, 제주 바다는 어떤 의미인가?
내 인생의 너무 많은 추억들이 있는 곳이라 최대한 오래오래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곳.
제주도 해변 정화를 하는 ‘세이브 제주바다’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그리고 이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십여 년 전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갔는데 하룻밤 만에 너무 많은 쓰레기가 나오더라. 그걸 보면서 ’과연 이대로 살아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최근 결혼을 하면서 ‘친환경 결혼식’을 직접 기획했다고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형식으로 하였나?
적은 인원을 초대했고, 식장 내에 불필요한 장식을 없앴다. 최대한 줄여서 사용한 꽃은 드라이플라워로 만들기 좋은 종류를 선택하여 식이 끝난 후 하객들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하객들에게는 각자의 이름을 적은 개인 유리컵을 하나씩 나눠주고 사용하게 했다. 어쩔수 없이 일회용품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생분해되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폭죽이나 꽃가루대신 꼬마손님들에게 비누방울을 선물하였는데 파티분위기를 내는 데에 한몫 하기도 했다. 결혼식 때 입은 디자이너 진태옥 선생님의 드레스는 앞으로도 친구들의 파티나 촬영용으로 언제든지 빌려주어 더 많이 쓰이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친환경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가?
일단 처음 준비하는 결혼식이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특히 친환경이라는 컨셉트로 결혼이나 행사를 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서 정보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한번 쓰고 쓰레기가 될 품목을 없애거나 대체품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하나씩 결정해나가면서 준비했다.
일상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여 할 수 있는 실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달라.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어떤 것을 바꿀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자.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빨대나 종이 홀더를 사용하지 않는다던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에 페이퍼타월을 쓰는 대신 그냥 말린다던가, 재활용을 철저히 구분해서 버리는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새로운 사업도 시작하고, 서울로 거처를 옮겼는데, 요즘도 서핑을 자주 하는지?
서울로 이사를 온 후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제주에 간다. 제주 집에서 자연과 함께 재충전을 하고 서울로 돌아가 파이팅 넘치게 일할 수 있도록! 원하는 날에 파도가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서핑은 제주보다 오히려 해외나 동해안에서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수영과 서핑을 하고, 해변을 다니는데, 자신만의 피부, 헤어 관리법이 있다면?
최대한 관리를 안하는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계면활성제가 들어있지 않은 샴푸를 사용하고 린스나 트리트먼트는 한 달에 두어번, 대신 브러시로 머리를 자주 빗어준다. 피부는 딱 두 가지만 지킨다. 보습은 지키고 자외선은 막는 것.
이제 더 이상 그냥 서퍼는 아닌 것 같다. 하는 일이 매우 다양해졌는데, 궁극적으로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은가?
현재 남편과 같이 자메이카 맥주를 한국으로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너무 사랑하는 포르투갈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맛있는 와인을 찾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하고 즐거운 사람이고 싶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가지를 꼽는다면?
가족, 친구 그리고 맛있는 술!
인플루언서로서, 본인의 영향력을 활용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인 환경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환경 문제를 바로잡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친환경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사람들이 한 번씩 멈춰 서서 생각해보게끔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