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아트는 말 그대로 거리 미술이지만 페인팅, 그림, 그래피티뿐만 아니라 공공예술까지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예술을 일컫는다.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정크하우스는 화이트 큐브 안에서의 창작에 한계를 느껴 100가지의 캐릭터들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캔버스 삼아 작업을 하는 그녀는 지나쳐가는 공간 속에서 손쉽게 예술을 만나며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살아있는 도시와 우리의 공존을 꿈꾼다. 오래도록 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캔버스는 무한하다.
서울 곳곳 길거리에서 당신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을 짧게 배우고 호주로 디자인 유학을 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디자이너로 회사를 다니다가 작업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국 거리에 웃는 얼굴을 그린 <CityLife>작업이 인상적이다.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도시를 바라보는 나만의 새로운 관점을 터득한 이후, 한국 및 서울 곳곳을 탐험하면서 일상에서 많은 도시 생명체를 만났다. 자동차, 건물, 우체통뿐만 아니라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까지도 하나의 생명체로서 우리와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에 ‘이 친구들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 눈, 코, 입을 붙여 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였다. 이런 생각이 계기가 되어 매번 새로운 나라, 도시, 길거리로 여행을 다닐 때마다 눈, 코, 입을 붙이게 되었다.
공사장이나 재개발을 앞둔 폐건물에도 작업을 했다. 없어질 건물에 작업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스트리트 아트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울 곳곳의 모든 골목, 장소를 탐사하며 다니다가 큰 구역 단위로 이루어진 재개발 현장을 보게 되었다. 나의 그림들도 어디에 그리건 곧 사라질 그림이기에 오랜 시대를 견뎌온 건물, 장소들과 함께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해두기 위해 시작하였다.
인천공항 터미널의 아트벤치나 옥수역 고가아래 벤치 작업 등을 하였다. 벽에만 국한되지 않고 설치 작업도 하고 있다. 공공예술의 매력은?
스트리트 아트에서 공공예술가로 작업이 발전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주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큰 매력인 것 같다. 거리 곳곳에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넘쳐흘러 누구에게나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도시를 만드는 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캐릭터를 기하학적으로 나누어 다른 캐릭터와 합치거나 겹쳐 표현하는 스타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도시를 관찰하고 작업하면서 도시를 이루는 형태와 변성 과정들을 그때그때 기록해왔다. 내가 보는 주변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다 보니 도시와 건물의 형태가 부서지고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섞여져 나만의 캐릭터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
도심을 감상할 수 있는 나만의 스팟이 있다면?
도심을 펼쳐진 그림처럼 멀리서 보기보다는 도심을 거닐며 관찰하는 편이다. 특히, 숲 속에서.
현재 머물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굴곡있는 언덕들과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계속해서 없어지고 만들어지는 건물과 새로운 상점들을 마주한다. 예술가로서 도태되지 않게 새로운 영감들과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이다.
Photo by Seongwoo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