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민의 첫인상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지속 가능한 클래식함이 아닐까. 정승민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TRVR의 대표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VACANTWORKS의 디렉터이며, 사랑스러운 딸의 아버지이자 톱모델의 남편이다. 많은 역할과 책임감, 분주한 일상 속에서 그의 존재감은 화려하진 않지만 또렷하게 빛난다. 가족을 제 1순위에 두고 순간을 밀도 있게 사는 삶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아이디어화 하는 것은 내면의 중심이 탄탄히 서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컨텐츠의 뿌리는 그 원료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의 본질과 물성을 바라보며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하는 것도 그 이유이지요. 이런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여행이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시간 속에서 혹은 그들의 일상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정승민. 자신만의 스타일과 가치관으로 새로운 영감을 만들어가는 그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TRVR과 VACANTWORK 이 두 회사에 몸 담고 있다. 어떤 회사이며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TRVR’은 2010년에 시작한 브랜드이다. ‘클래식’이라는 키워드 아래, 어제도 있고, 오늘도 있으며 내일도 있을 제품들을 만든다. 사이클 컨텐츠로 시작하여 지금은 다양한 굿즈와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디자인 및 제작하고 있다. ‘VACANTWORKS’는 2013년에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디자인 전략’과 ‘컨텐츠 생산’을 진행하는 회사다. 디자인 프로젝트의 디렉팅 및 실무를 맡고 있다.
아트 디렉터로서 본인이 하는 일을?
TRVR의 파운더이자 디자이너로 있으며, VACANTWORKS의 디렉터 역할을 하고 있다. TRVR에서는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실제로 제작하기도 한다. VACANTWORKS는 브랜딩 에서 ‘디자인 전략’이라는 큰 카테고리 아래, 기획 및 디자인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 디자인 업무가 가장 많은 편이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일부터 클라이언트의 스토리를 브랜드화 시키는 일,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 하기 위한 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영상물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CEO 등 정승민을 수식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만큼이나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영감의 원천은?
주어진 일상을 밀도있게 보려고 노력하며, 주로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다. 반복되는 일상을 익숙하게 느끼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일상에서 받은 영감인 만큼 디자인을 풀어냈을때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최근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TRVR은 프랑스 워크웨어 브랜드인 Le Mont Saint Michel 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VACANTWORKS는 미국 LA에 위치한 와인바의 브랜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는 시대와 동행하면서도 고유의 스타일, 가치관, 철학을 유지하며 변함없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TRVR이 전하고픈 메세지는?
TRVR은 삶이라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시간 속에서, 혹은 그들의 일상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브랜드이고 싶다.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본인만의 철칙이 있다면?
가족이 1순위 일은 그 다음이다. 나의 근간이 되는 가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족이 1순위.
분야를 막론하고 새롭게 관심이 가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가고, 재미를 느낀다. 여기서 새로운 분야란 ‘새로 나온 것’이 아닌 ‘이 전에 알지 못한 것’이다. 경험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것인데, 최근에는 ‘원료’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원료는 어떤 제품 또는 컨텐츠의 근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원단, 생물의 날것, 가다듬기 전의 원자재 등 그것들의 본질과 물성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고 이것들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꼽는다면?
호주의 사막. 코코아 파우더 같이 붉은 모래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광활한 공간이 좋아 1년 가까이 살았다. 특별히 무엇인가를 하지는 않았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그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지만 뇌리에 깊게 남았다. 평소에도 철저하게 계획한 여행을 하기보단, 생각나는 곳이 있으면 그 곳에 무작정 가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최근 리사(딸)와 함께 한 뒤로는 마음 가는 대로 떠나는 것에 제약이 조금 있다.
진정한 인플루언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존재감. 한 영화 관계자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주연이란 화면에 오랜시간 비치는 사람이 아닌, 화면에 짧은 시간을 등장하더라도 존재감이 기억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팔로워 숫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존재감이지 않을까? 누군가의 머리속에 기억되는 존재감.
Photo by Youngsang C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