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을 모티브로 한 토끼 캐릭터에 투영하여 ‘아트 토이’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다. 단지 그림 그리는 게 좋아 디자인을 전공하고 TV에서 우연히 아트 토이를 접한 후 무작정 작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스트릿 컬쳐를 바탕으로 토끼에 자신의 개성과 메시지를 응축하여 담아낸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를 재해석한 10주년 전시, 나이키와 함께한 DIY 토이, 코드 쿤스트 정규 앨범 ‘PEOPLE’의 머천다이즈 작업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작업 반경을 넓히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트 토이를 정의하자면?
아트 토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건 어렵다. 시중에서 접하는 대량 생산되는 장난감이나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그대로 본 떠 만든 토이가 아닌 사람의 개성이나 색깔, 어떠한 메시지나 의도 등이 담겨 있는 조형물을 아트 토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예술의 기준이 다르듯 자신이 보기에 아트 토이라고 생각되면 ‘아트 토이’로 정의할 수 있다.
주로 작업하는 캐릭터가 토끼이다. 이유가 궁금하다.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고민하다가 어렸을 때 별명인 토끼를 나 자신으로 형상화하여 작업하게 되었다.
토끼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토끼에 나의 모습을 투영시켜 작업하는 건 일기를 쓰는 것처럼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작업할 당시에 좋아하는 것들, 느꼈던 감정이 많이 반영된다. 캐릭터를 통해 나의 모습과 삶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업할 때 영감은 어디에서 받나.
영화나 음악,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 일상 속에서 내가 보고 경험한 모든 것들. 내가 느꼈던 것을 머릿속에서 이미지화하고 내 작업에 녹인다.
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종이에 낙서부터 해본다. 그 중 하나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스케치를 해보고 3D 프로그램으로 뒷모습까지 작업한다. 겉모습이 완성되면 도색, 후가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파츠를 나누는 작업을 하고 3D 프린터로 출력 후 후가공, 채색을 거친다.
작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작업하는게 일이 된 후,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럴 땐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며 머릿속을 비우고 새롭게 채울 준비를 한다.
입체적인 작업뿐만 아니라 페인팅 작업도 하고 있다. 각각의 매력을 꼽자면?
조형 작업은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상상하고 종이에 그렸던 것을 내 눈앞에 존재하고 만져볼 수 있다는 것. 반면 페인팅 작업은 표현이 훨씬 자유롭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아트 토이 클래스를 꾸준히 진행했다. 아트 토이 클래스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클래스에서는 직접 토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의외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수강하러 온다. 함께 모여 앉아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취향에 대해서 공유하면서 나도 배우는 점이 많다. 생소하고 어렵게 생각했던 아트 토이를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어 보람차다.
의류 브랜드 13MONTH, 뮤지션 코드 쿤스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등 다양한 협업을 했다. 브랜드와 협업 작업의 매력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다양한 협업은 혼자 작업할 때와는 다르게 예상치도 못했던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프로젝트가 맞물려 두 브랜드의 작업을 한 번에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 당시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생했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토이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작업의 재료나 분야에 대해서 열려 있는 편이다. 커다란 조형물, 가구나 세라믹 등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
Photo by Sungwoo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