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누리는 모든 영역에서 창작 중이다. 런던의 패션 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니트 웨어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창작을 의상에만 제한 두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수많은 재료들을 찾고 여러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워 손길 닿는 대로 작업하다 보니 현재 의류뿐만 아니라 백, 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의 작업실도 그랬다. 그의 취향이 담긴 스피커, 테이프와 LP 등으로 자신의 공간을 가득 채워 간다. 자신의 역할은 한 가지를 깊게 다루기보다는 다양한 일들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조화롭게 굴러갈 수 있도록 전체를 이끄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스펙트럼은 무한하다.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하면?
가죽 브랜드인 마이너 텀과 아이웨어 브랜드 프레임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트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가죽 제품을 만드는 것도, 빈티지 제품을 모으는 것도 그리고 촬영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도 모두 디자인의 다양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페이퍼 워크로 하는 디자인보다 나의 취향을 반영하여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직접 만드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작업에 따라 역할을 나누기보다는 종합 선물 세트를 디자인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일을 해내는 나만의 비결은 무엇인가.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야근의 빈도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일을 즐겁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심적 여유를 만들어 주는 듯하다. 생각과 고민의 시간이 길어 일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끝맺지 못했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쿨하게 행동하는 편이다. 이런 생각의 변화가 다양한 일을 하게 되는 토대가 된다.
하이패션 브랜드 샤넬부터 생활 한복 브랜드인 질경이 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자면?
모든 프로젝트가 재미있고 긴장되는 일의 연속이라 항상 어렵고 인상 깊다. 그 중 데님 브랜드 게스와 협업한 커스텀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데님의 필수적인 요소인 ‘물 빠짐’과 ‘찢음’을 정반대의 개념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새로운 기법으로 작업하여 정형화된 데님의 이미지를 깨는 실험적인 작업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혼자 진행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약속이 중요하다. 서로의 니즈를 파악하여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해해야 서로의 합이 맞아떨어져 만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온다.
내 작업만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일과 일상의 경계가 없다는 점. 일상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관심 있게 보는 것들이 곧, 나의 일로 가져올 수 있는 자유로움이 큰 장점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작품을 선물할 때의 기쁨도 크다.
작업실에 스피커, 카메라 등 오래된 물건이 많았다. 모으는 이유가 궁금하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관심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모으다 보니 작업실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아름답고 상태 좋은 오래된 물건을 운명처럼 발견하고 소유하게 되는 시점이 순간순간 있었던 것 같다. 희소성이 빈티지 물건들을 모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 작업한 것만큼이나 수집한 것들을 선물하는 기쁨도 크다.
수집한 제품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형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변형하는 제품에 대한 기준이 있나.
작동하지 않는 것, 기능성 없는 물건들은 잘 모으지 않는다. 오래된 물건을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 중 하나이다. 그 당시 만들어졌던 목적과 기계적 구조들을 디자인의 영감과 재료로 사용하는 것도 흥미롭다. 시대적 가치와 맞지 않아 퇴보된 재료들을 모아 다시금 작동하게 만드는 것들도 한정된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써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는 고치고 섞어서 새로운 쓸모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 이외에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가?
과학 이슈를 탐구하는 것. 체감하고 보이는 현상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알려주는 로봇 조립 설명서 같아 무언가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
우리 가족의 공간을 짓는 것. 살아갈 집을 짓는 것도 맞지만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 수 있는 집을 지어 보고 싶다. 안정적인 생활과 사람들과의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아주 기본적인 그런 집.








Photo by Sungwoo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