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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ker

최미애

Choi Mi ae coucoumiae

최미애의 집은 마치 하나의 방대한 일기장과도 같다. 구석구석 슈퍼모델,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절의 사진과 오토바이와 버스를 타고 여행하며 발간한 책들,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과 비즈 작업이 소품처럼 놓여있다. 이제껏 여행하듯 살아온 최미애는 현재 제주도에서 가장 조용한 마을에 터전을 잡고 또 다른 인생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주 중에는 백제예술대학 모델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이 되면 제주도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작업에 몰두하는 삶. “스스로 나 자신을 개척자라고 불러요. 남들이 하지 않는 일, 가지 않는 곳으로의 방황을 즐기니까요.” 최미애의 방랑자적 삶이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는 이유.

제주도에서도 가장 한적하고 외진 마을 중 하나인 덕천리로 이사 온 이유는 뭔가?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제주도로 오게 됐다. 서울에서도 문제아 학생들과의 수업을 3년 정도 해왔지만 서울엔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다. 이왕이면 남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떤 일들을 했나?

제주도 서쪽에 비해 동쪽은 개발이 많이 더딘 편이다. 동쪽에서 가장 소외받는 학교를 수소문해 메이크업 수업을 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백제예술대학 모델과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제주도 중고등학생들과 패션쇼를 열기도 했고. 알고 보면 문제아 학생들도 굉장히 재능이 많은 친구들이다. 그들에게 도전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집에 있을 때는 보통 무얼 하고 지내나?

제주도로 이사온 이후 끊임없이 뭔가에 몰두해왔다. 처음 1년은 미싱으로 패브릭에 그림을 그리고 그 다음엔 손 그림을 그리다가 최근엔 비즈 작업에 푹 빠져있다. 지금은 이 모든 게 합쳐져서 여러가지를 다 함께 하는 느낌이라 만족스럽다.

커리어를 변화시킨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순간순간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나한테는 가장 쉬운 일이다. 혼자 자연 속에 있다 보면 순간 ‘한 번 해볼까’ 싶은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오토바이나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직업을 바꾸는 일 모두 딱 10분 정도만 고민하고 실천했다. 따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롤모델이 있다면?

옆집에 사는 고복자씨. 모델 활동할 때부터 좋은 노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고복자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인데도 그렇게 쿨할 수가 없다. 종종 철학 담긴 한 마디를 건네기도 하고 항상 열린 태도로 삶을 배워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그분은 나를 벗이라고 부른다. ‘벗하고 같이 밥 먹으니까 좋다. 벗이랑 함께 나누니까 좋다….’ 그런 복자씨와의 일상들을 인스타그램에도 종종 포스팅하고 있다.

SNS에 사랑에 관한 문구가 종종 보인다. 50대 여자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일까?

함께 나누는 것. 그리고 100%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50대의 사랑은 서로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매일 응원해주는 것 같다. 그게 상추를 심는 것이든 고양이랑 놀면서 비즈 작업을 하는 것이든 서로 토 달지 않고 말이다.

요즘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이 있나?

식물에 관해 공부하고 있다. 제주도엔 매달 각기 다른 식물들이 피어난다. 내년 1월부터 매달 식물 사진을 찍고 그림도 그려보고 짧은 글도 써서, 일종의 식물도감 같은 책을 만들어 볼까 계획 중이다.

에세이 [행복하냐옹] 저자 소개를 보면 ‘자유라는 말이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라고 적혀있다. 가장 자유롭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사실 강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를 빼고는 거의 말을 안 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루시드 폴 노래 ‘안녕’의 가사처럼 침묵이 더 편하고 말의 소음보다는 새소리가 훨씬 좋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

이제까지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다면 50대가 되면서 노인들한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노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노인들 역시 새로운 시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배움을 멈추면 몸은 물론 정신이 쉽게 나이가 드는 것 같다. 그 생각에서 앞으로는 외로운 노인들을 많이 만나서 나누고, 서로 배워가고 싶다.

 

 

 

“저는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고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억지로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는 엉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내가 마음 가는 대로 작업하는 게 좋아요.”
미싱과 종이, 패브릭 작업을 거쳐 현재는 비즈로 고양이를 그리는 데 푹 빠져있다
슈퍼모델 시절의 화보 컷
나그참파 인센스 향이 은은히 퍼지고 곳곳에 오래된 LP들, 비즈와 패브릭, 여행 수비니어, 고양이들이 함께 있는 최미애의 집

 

Photo by Youngsang Chun

Magazine

Book

  • 2002 Miae and Louis traveling 318days by bus 1/2
  • 2005 Miae and her family 45days of Africa trip
  • 2007 take detour at the end of the world
  • 2015 Are you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