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韓)’ 디자이너인 정민경은 한복 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접하며 한복 소재, 한국의 장신구, 도자기, 한국화가 늘 익숙했고 자연스레 한국의 정서에 매료되었다. 국악을 전공한 그녀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한복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먼저 서양 복식을 배우고 학부 시절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첫 패션쇼를 선보인 그녀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복, ‘한(韓) 드레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해가고 있다. 앞으로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한국의 미를 공유하며 전세계에 한국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알려 나갈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지금 하는 일을 소개하자면?
패션 디자이너로서 한국 전통의 선과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드레스에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대학 시절, 판소리와 거문고를 전공했지만 부상으로 더 이상 악기를 다룰 수 없게 되었다. 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패션 디자인과로 편입을 했다. 그림을 전혀 못 그리던 나로서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고 삶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한 가지에 몰두했던 시절이었다. 한복 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한복으로 방향성을 정했지만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서양 복식을 전공하며 한복을 변형시킨 ‘한 드레스’를 연구하게 되었다.
드레스 숍 ‘셀리 드레스’를 운영 중이다.
‘셀리 드레스’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신부의 개성을 따르는 웨딩 드레스 숍이다.
신부의 인생 최고의 날, 최상의 컨디션으로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어야 하므로 아주 많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그녀를 찾아내는 과정을 갖는다. ‘셀리 드레스’는 사람 사는 공간 그 자체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보다는 알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공간으로 남고 싶은 게 꿈이다.
나의 작업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웨딩 드레스 숍을 운영하면서 좋은 일을 앞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설렘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아름답게 꾸며 주는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장점이 있을까.
작업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자연. 특히 새나 물고기에서 많은 힌트를 얻는다. 새와 물고기가 가진 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오묘하고 신비로우며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자연이 가진 놀라운 색의 조합은 디자인이 막혀 막막할 때 해답을 준다.
작업실에 오래된 가구와 소품이 인상적이다. 특히 애정하는 아이템은?
오래된 제품들은 그만큼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나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야 할까. 특히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지금까지 사용 중인 20년 된 거울이 있다. 나의 모든 표정과 감정, 웃음과 눈물 그리고 늘어나는 눈가의 주름까지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내 청춘의 동반자이다.
나를 표현하는 말이 있다면?
20년 전쯤 함께 강의를 듣던 분의 나에 대한 표현을 빌리려 한다. “민경씨가 강의실에 들어오면 해님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밝아져요.”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다. 뻔뻔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말은 ‘밝음’이다.
디자이너로서 교수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쁜 일과를 알차게 보내는 나만의 비결은?
오늘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한다. 내일 할 일은 내일.
미래의 나를 그려본다면?
‘내가 언제 제일 행복할까?’하고 나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답은 ‘배울 때’이다. 뭐든 배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 지금껏 배워오고 배우는 것들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것.






Photo by Sungwoo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