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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

여행을 싫어한 여행자, 찰스 부코스키가 쓴 단 하나의 여행기.

지난 달 출간된 <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는 찰스 부코스키가 1978년 당시 연인이었던 린다 리와 다녀온 유럽 여행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신간 홍보를 위해 유럽을 방문했을 당시 한 프랑스 출판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여행에서 찰스 부코스키는 프랑스 파리와 니스, 독일 만하임과 하이델부르크, 함부르크 등 유럽의 이곳저곳을 억지로 끌려 다닌다. 낭송회와 인터뷰 등 공식적인 스케줄과 늘 술에 취해있는 덕에 끊임없이 발생하는 돌발상황 사이사이 써내려 간 에세이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여행기와사뭇 다르다. 스스로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쓴 지옥 체험기’라고 표현했을만큼 여행지의 낭만보다는 세상이 하찮게 여기는 존재들에 대해서만 관심있었던 그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 본 유럽의 풍경을 감상할 시간이다. 그책.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 남편을 살해하는 아내, 햄버거를 씹는 강간범의 생각과 기분, 공장 근무자의 생활, 길바닥의 삶, 빈자와 불구자와 미치광이의 방 같은 하찮은 것들을 쓴다. 나는 그런 하찮은 것들을 많이 쓴다….” – 54p

“어째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놔두지 않는 걸까? 이제 나는 나 자신만 구하려 한다. 어떤 여자가 자기 몸의 일부를 파는 것은 저 윗동네 바이올린 연주자가 콘서트를 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도생 아니겠나. 무엇이 작가를 만들고 무엇이 매춘부를 만드는지, 누가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 90p

“만일 내가 개종한다면, 내게 신앙이 생긴다면, 악마를 불길 속에 홀로 두고 와야 할 텐데, 그것은 너무한 처사 아닌가. 나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항상 약자를 응원하는 편이고, 종교 행사장에서는 병든 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느끼는 대로 감정에 의해 행동한다. 내 감정은 다치고, 고문당하고, 저주받고, 길 잃은 사람들에게 향한다. 동정심이 아니라 형제애의 발로에서. 나 역시 길을 잃었고, 혼란스럽고, 저열하고, 쪼잔하고, 겁 많고, 비겁하기 때문이다.” – 115p